우주의 비대칭성: 왜 우리는 반물질이 아닌 물질로 이루어져 있을까? 빅뱅 이론에 따르면 물질과 반물질은 같은 양으로 생성되어야 하지만, 오늘날 우주는 거의 전적으로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글에서는 물질-반물질 비대칭의 기원, CP 대칭 깨짐, 이론적 해석, 실험적 탐색까지 깊이 있게 살펴본다. 우주의 존재 자체가 설명되지 않는 질문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물질’이다. 원자, 분자, 별, 은하, 그리고 인간 자신까지—모두 양성자, 중성자, 전자 같은 기본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간단한 사실에는 엄청난 미스터리가 숨어 있다. **우주 초기에 물질과 반물질이 동등하게 생성되었다면, 왜 우리는 지금 반물질이 아닌 물질로 된 세계에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입자물리학의 호기심을 넘어서, **우주의 존재 가능성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만약 물질과 반물질이 정확히 같은 양이었다면, 둘은 서로 만나서 모두 소멸했을 것이고, **우주는 아무것도 없이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아주 미세한 수의 ‘물질’이 반물질보다 더 많이 남았고, 그 잔차가 오늘날의 우주를 만들었다. 이 극히 작은 비대칭이 우주의 모든 구조를 가능케 했고, 우리는 아직 그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물질과 반물질, 그리고 결정적 차이의 기원 1. 물질과 반물질의 생성 빅뱅 직후, 우주는 고온의 에너지 바다였고, 에너지로부터 입자와 반입자가 쌍으로 생성되었다. 이때 생성된 입자는 예컨대: 전자 ↔ 양전자(반전자) 양성자 ↔ 반양성자 쿼크 ↔ 반쿼크 하지만 이 쌍들은 곧 서로 만나 ‘쌍소멸(pair annihilation)’하며 광자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왜 우주에는 물질이 남아 있고, 반물질은 거의 없는가?** 2. 사카로프 조건: 비대칭이 가능하려면 1967년, 러시아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카로프는 **물질-반물질 비대칭이 가능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중입자수 보존이 ...